테헤란의 봄은 오는가: 이란 대규모 반정부 시위의 해부(2026년)



The Great Middle East Report

신정(神政)의 황혼, 그리고 깨어난 페르시아:이란 대혁명 2.0의 서막

히잡은 핑계일 뿐이다. 이것은 43년간 축적된 모순의 폭발이자,
중동의 지도를 다시 그릴 거대한 지각 변동이다.

By 칼럼니스트
2026. 01. 26 Special Edition
읽는 시간 120분+ (단행본 분량)


Executive Summary: 이란 사태를 관통하는 5가지 코드

🔥 방아쇠 (Trigger)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도덕 경찰’로 상징되는 국가의 과도한 사생활 통제에 대한 인내심이 임계점을 넘은 순간이었습니다.

✊ 주체 (Engine)

1979년 혁명을 모르는 Z세대(Zoomers)가 주축입니다. 이들은 이념보다 ‘삶’을, 종교보다 ‘자유’를 원하며, SNS를 통해 조직화된 리더 없는 저항을 이끌고 있습니다.

🏚️ 배경 (Context)

제재로 인한 경제 파탄, 물가 상승률 50%의 고통, 그리고 혁명수비대(IRGC)의 국가 경제 독점이 만든 빈부 격차가 체제에 대한 혐오를 극대화했습니다.

⚔️ 전망 (Scenario)

단기적 정권 붕괴보다는 장기적인 ‘시민 불복종’과 정권의 ‘군사 독재화’가 충돌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합니다. 하메네이 사후 권력 승계 과정이 최대 변곡점이 될 것입니다.

1. 서론: 히잡을 불태우며 43년의 침묵을 깨다

“테헤란의 카스라 병원 앞, 수천 명의 군중이 모여들었다. 그들의 입에서는 이란 역사상 가장 금기시되었던 구호가 터져 나왔다. ‘독재자에게 죽음을(Death to the Dictator)’. 그것은 단순한 분노의 외침이 아니었다. 신정 체제의 심장을 겨눈 비수였다.”

2022년 9월, 이란 쿠르드족 출신의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Mahsa Amini)가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히잡을 ‘부적절하게’ 착용했다는 이유로 악명 높은 ‘가쉬테 에르셔드(지도 순찰대, 일명 도덕 경찰)’에 체포되었습니다. 그리고 3일 뒤, 그녀는 의문의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경찰은 “지병에 의한 심장마비”라고 발표했지만, 유출된 CT 사진과 목격자들의 증언은 그녀가 구금 중 가혹한 구타를 당했음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장례식은 곧 거대한 시위 현장이 되었습니다. 여성들은 거리에서 히잡을 벗어 흔들고 불태웠으며, 긴 머리카락을 가위로 잘라내는 퍼포먼스로 연대를 표시했습니다. 남성들은 그들 곁에서 바리케이드를 치고 보안군과 맞섰습니다. 이란 전역 31개 주, 100개 이상의 도시로 번진 이 시위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 정권이 마주한 가장 심각하고 근본적인 도전입니다.

👁️ 에디터의 시선: 왜 이번엔 다른가? (The Tipping Point)

이란에서는 과거에도 1999년 학생 시위, 2009년 부정선거 규탄 녹색 운동, 2017년과 2019년의 경제난 시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마흐사 아미니 봉기’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과거의 시위가 ‘개혁’이나 ‘경제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면, 이번 시위의 슬로건은 “이슬람 공화국을 원하지 않는다”는 체제 거부입니다.

특정 정치 세력이나 지도자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전 계층, 전 지역, 전 연령대가 참여하는 ‘풀뿌리 혁명’의 양상을 띠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종교 도시인 곰(Qom)과 마슈하드(Mashhad)에서도 시위가 일어났다는 것은, 신정 체제의 이념적 기반이 무너졌음을 의미합니다. 국민들은 더 이상 공포를 느끼지 않습니다. 공포가 사라진 자리에는 정권에 대한 증오와 변화에 대한 열망만이 남았습니다.

2. 혁명의 배신: 1979년의 약속과 202X년의 절망

현재의 분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계를 1979년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당시 팔레비 왕조의 부패와 독재, 서구화 정책에 반발해 일어난 이슬람 혁명은 ‘독립, 자유, 이슬람 공화국’을 기치로 내걸었습니다. 아야톨라 호메이니는 “석유 판 돈을 국민 식탁에 올려주겠다”, “전기와 수도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며 장밋빛 미래를 약속했습니다.

2-1. 벨라야테 파기(Velayat-e Faqih): 절대 권력의 탄생

그러나 혁명 직후 수립된 체제는 민주주의가 아닌, ‘법학자 통치론(Velayat-e Faqih)’에 기반한 신정 독재였습니다. 최고지도자(Supreme Leader)는 신의 대리인으로서 입법, 사법, 행정, 군사, 언론 등 모든 권력을 장악했습니다.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은 최고지도자의 결정을 집행하는 관리인에 불과했습니다.

40여 년이 지난 지금, 이 시스템은 부패와 무능의 온상이 되었습니다. 혁명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성직자들은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특권 계급이 되었고, 국민들에게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을 강요하면서 자신들의 자녀는 서방 국가로 유학을 보내 호화로운 생활을 즐기는 위선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란 국민들이 느끼는 배신감의 근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3. 두려움 없는 아이들: Z세대가 주도하는 문화 전쟁

이번 시위의 가장 큰 동력은 10대와 20대, 즉 Z세대(Gen Z)입니다. 이들은 혁명도, 전쟁(이란-이라크 전쟁)도 경험하지 않았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과 위성 TV를 통해 서구의 자유로운 문화를 접하며 자라난 ‘디지털 네이티브’들입니다.

📊 이란 Z세대의 프로파일 (Profile of Resistance)

  • 세속주의

    이념보다 ‘삶’을 원한다

    이들은 종교적 율법보다 개인의 자유, 취향,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합니다. 강제적인 히잡 착용은 이들의 정체성을 억압하는 가장 상징적인 폭력입니다.

  • 연결성

    고립되지 않은 섬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해 인스타그램, 틱톡, 텔레그램에 접속하며 전 세계와 소통합니다. 정부의 선전선동이 통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시위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디지털 게릴라’입니다.

  • 절망

    잃을 것이 없는 세대

    대학 진학률은 높지만 청년 실업률은 30%에 육박합니다. 경제적 미래가 없는 상황에서 이들은 체제 순응이 아닌 체제 전복에서 희망을 찾습니다.

이란의 가수 셰르빈 하지푸르(Shervin Hajipour)가 시위대의 트윗을 모아 만든 노래 ‘바라예(Baraye: ~을 위하여)’는 이들의 심정을 대변하는 혁명가가 되었습니다. “거리에서 춤을 추기 위하여”, “키스할 때의 두려움을 위하여”, “여성, 생명, 자유를 위하여”. 이 가사들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평범한 삶을 갈망하는 절규입니다.

4. 빵 없는 식탁: 경제 파탄이 부른 거대한 분노

“자유”를 외치는 목소리 기저에는 “배고픔”이라는 처절한 현실이 깔려 있습니다. 이란 경제는 미국의 장기간에 걸친 경제 제재(Sanctions), 정부의 구조적 부패, 그리고 환경 재앙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4-1. 혁명수비대(IRGC)의 경제 약탈

이란 경제의 50% 이상은 사실상 혁명수비대(IRGC)와 그 산하 재단(Bonyad)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통신, 건설, 에너지, 항만 등 돈이 되는 모든 산업을 독점하며, 밀수와 암시장 거래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깁니다. 제재로 인해 국민들은 약품을 구하지 못해 죽어가지만, 혁명수비대 고위층은 제재의 틈새시장을 이용해 부를 축적하는 구조입니다.

경제 지표 현실 (Crisis Reality)
인플레이션 공식 50%대, 식료품 등 체감 물가는 100% 이상 폭등. 중산층 붕괴 가속화.
화폐 가치 리알화 가치 역대 최저 수준으로 추락. 저축 증발 및 구매력 상실.
국부 유출 연간 수십억 달러를 헤즈볼라(레바논), 하마스(팔레스타인), 후티(예멘), 아사드 정권(시리아) 등 대리 세력 지원에 탕진.

* 표: 이란 경제 위기의 주요 지표와 현실

시위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가자(Gaza)가 아니라, 레바논이 아니라, 이란을 위해 내 목숨을 바치겠다”라는 구호는, 정권의 외교 안보 우선주의가 민생을 얼마나 파탄 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5. 시나리오: 피로 물든 탄압인가, 제2의 혁명인가?

이란 정권은 현재 ‘강경 진압’ 외에는 다른 카드가 없습니다. 유화책을 쓰기엔 시위대의 요구(정권 퇴진)가 너무 급진적이고, 물러서는 모습을 보이면 둑이 터질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향후 전개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Scenario A: 천안문식 유혈 진압과 ‘병영 국가화’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입니다. 혁명수비대가 전면에 나서 무자비한 살육으로 시위를 잠재우고, 성직자 중심의 신정 체제에서 사실상 ‘군사 독재 체제’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사회는 더욱 폐쇄적으로 변하고, 북한식 통제가 강화될 것입니다.

Scenario B: 장기적인 소모전과 권력 균열

시위가 간헐적으로 지속되면서 경제가 마비되고, 정권 내부(특히 군부와 성직자 간, 혹은 보수파 내부)에서 이견이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하메네이 사후 권력 승계 과정에서 이러한 균열이 ‘궁정 쿠데타’나 체제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Scenario C: 리비아/시리아식 내전화

쿠르드족, 발루치족 등 분리주의 세력이 무장 투쟁에 나서고, 정부군이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쪼개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입니다. 서방의 개입 명분을 줄 수 있지만, 중동 전체를 혼돈으로 몰아넣을 위험이 큽니다.

6. 결론: 돌아오지 않을 다리를 건넜다

이란

이란의 이번 시위가 당장 정권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습니다. 정권의 물리력은 여전히 막강하고, 야권의 구심점은 부재합니다. 그러나 역사적 관점에서 볼 때, 이란 이슬람 공화국의 이념적 수명은 끝났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공포가 사라진 자리에는 희망과 분노가 들어찼습니다. 히잡은 단순한 천 조각이 아니라, 억압의 상징이었습니다. 그것이 불타오르는 순간, 이란 국민들의 마음속에 있던 ‘신정 체제에 대한 복종’도 함께 타버렸습니다. 테헤란의 봄은 더디게 오겠지만, 겨울은 이미 끝나가고 있습니다.”

📢 Editor’s Final Note

우리는 지금 한 시대의 종언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란 사태는 단순히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21세기에도 ‘종교적 전체주의’가 존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거대한 실험입니다. 세계는 이 용기 있는 외침에 응답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FAQ)

Q. 히잡이 왜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가요?

A. 이란 신정 체제에서 히잡은 단순한 의복이 아니라 ‘이슬람 혁명의 깃발’이자 통치 이념의 상징입니다. 히잡 의무화를 폐지하는 것은 곧 이슬람 공화국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과 같기 때문에, 정권은 이를 체제 수호의 문제로 받아들입니다.

Q. 미국이나 서방이 개입할까요?

A.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직접적인 군사 개입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대신 제재 강화, 시위대 지지 성명, 스타링크와 같은 인터넷 접속 지원 등 ‘소프트 파워’를 통한 압박을 지속할 것입니다.

Q. 국제 유가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요?

A. 시위가 석유 생산 시설 파업으로 번진다면 유가 급등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시위가 도심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 직접적인 공급 차질은 제한적입니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 심리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은 유가에 계속 반영될 것입니다.

📚 심층 분석을 위한 참고문헌 (Annotated Bibliography)

1. Foreign Affairs. (202X).
Iran’s Point of No Return: Why This Uprising Is Different.

내용 분석: 이란 시위의 사회학적 배경과 Z세대의 특성을 분석하고, 과거 시위와의 차이점을 통해 정권 붕괴 시나리오를 제시한 석학들의 심층 에세이.
평가: 시위의 성격과 미래를 예측하는 데 필수적인 통찰을 제공함.

2. Amnesty International Report. (202X).
“Woman, Life, Freedom”: State Brutality in Iran.

내용 분석: 이란 보안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인권 유린 실태, 사망자 통계, 구금자 증언을 담은 1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
평가: 현장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1차 자료.

3.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 (202X).
The Economics of Iran’s Protests: Sanctions, Corruption, and Decline.

내용 분석: 이란 경제 위기의 구조적 원인을 데이터로 분석하고, 혁명수비대의 경제 장악이 어떻게 민심 이반을 초래했는지 규명한 경제 리포트.
평가: ‘빵과 자유’의 상관관계를 이해하는 데 유용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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